존경하는 의원님 여러분!
지금 이 순간 저는 이 자리에 서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난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글들을 보면서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만 가득할 뿐 마음은 답답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원님 여러분, 마음을 열고 잠시만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전남도청 이전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습니다. 전남도청이 무안 남악으로 이전하고 동부지역에는 여수 해양엑스포를 유치하며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된 것으로 나름의 균형추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간접자본 등의 투자가 집중되었던 동부지역이 서부지역을 경제력에서 압도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GRDP 제조업 분야에서 동부가 최근 5년간 평균이 서부보다 약 9배가 큽니다. 그러한 결과물로 인구수에서도 양 지역의 상대비율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등 지역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도의 동부지역본부 상황과 비슷해 보이지만 매우 다른 경상남도가 있습니다. 경남도청은 ’83년 부산에서 창원으로 이전한 지 32년 만인 지난 2015년에 경남 서부권 진주에 도청 별관으로 경남 서부청사가 개소하였습니다.
그러나 경남 서부청사는 창원의 동부권보다 낙후된 경남 서부권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이전하였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전남도가 추진하는 동부지역본부와는 그 명분에서 180도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행정적 측면에서 분절되고 이원화되고 비효율적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이기에 우리로서는 반면교사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재 개편안은 농업과 공공행정을 제외한 경제력과 인구수 등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동부 지역으로 행정 부문까지 이전하게 됨에 따라 그 쏠림이 심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지역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임이 자명한 이치입니다.
이는 우리가 중앙정부와 수도권을 향해 경쟁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등의 지방 이전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을 고려하면 자기모순에 빠지는 상황으로 어떠한 설득력이 없습니다.
우리가 중앙정부와 수도권을 향해 외쳤던 그 수많은 주장과 근거들이 그저 한여름 밤의 꿈에 나타난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우리의 주장이 신뢰를 가지기 위해서도 우리 지역 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해 투자를 해야 하고 이를 통해 균형발전까지 이루어 함께 잘 사는 전남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구 위기와 지방소멸시대에 특정 지역의 희생과 피해에 기반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우리 전남의 발전에 가로막는 장애가 될 것입니다.
흔히 행정에서는 조직, 인사, 재무 등이 핵심 요소라고 합니다. 예산과 조직을 보면 리더의 정치철학, 정책목표와 방향 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직 개편안은 그 어떠한 행정의 효율성도 공평성도 다 무너뜨리고 있기에 과연 무엇을 위한 개편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슨 원칙과 명분을 가지고 동부지역본부를 확대하는지 그 누구라도 속 시원하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집행부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 한번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함께하는 전남도정이 아니라 일방통행 전남도정을 볼 뿐이었습니다.
전남도정의 두 축인 집행부와 의회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 협의와 토론을 통해 도민의 삶을 향상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년을 주기로 하는 예산과정에 대해 매년 예·결산 하는 것과 같이 조직 개편도 도지사의 권한이지만 의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것입니다.
효율성, 공평성, 균형과 견제, 균형발전 등은 우리 전라남도 행정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직 개편 내용 그 어디에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동부 지역에 기존의 산림환경국 외에 일자리경제와 문화 분야를 보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만이 엿보일 뿐입니다. 이렇게 원칙과 명분이 없으니 설명도 안 되고 이해도 공감도 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길이 아닌 줄 알면서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는 것도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돌이키지 못하는 것은 지나온 세월이고 청춘뿐일 겁니다. 길이 아니면 멈추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정보를 활용해서 진짜 우리가 살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 지나온 길에 뿌려진 시간과 비용은 이제는 회수할 수 없기에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민선 8기 전남은 신해양·문화관광·친환경 수도 건설과 문화관광 융성시대의 선도 등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문화와 관광이 우리 전남의 주요 먹거리이고 이 둘은 함께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도 주지의 사실일 겁니다.
따라서 중앙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도 문화와 관광이 함께 있습니다.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서울과 부산,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도는 문화관광이 하나의 국에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은 그 규모가 커서 부득이하게 2개 국으로 나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이 한몸 같은 문화와 관광을 불필요하게 억지로 분리하고 그 관할마저 지역적으로 서부와 동부로 다르게 하여 느닷없는 견우와 직녀 꼴이 났습니다. 이제 수많은 까마귀와 까치가 오작교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이는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행정력의 낭비를 가져올 뿐입니다.
사업을 시행하거나 현장성이 중시되는 기구나 조직은 각 시군에 걸쳐 산재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남테크노파크는 본원이 순천에 있고 각 센터는 해당 산업이 있는 지역에 있으며,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여수,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나주, 바이오산업진흥원은 화순에 있는 등 이미 효율성과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각종 기술 관련 센터들은 동부권역에 더 많이 건립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나 기존의 산단이나 사회간접자본 등 투자를 통해 기반을 갖추고 있는 동부권이 국가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유리한 여건이기에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바로 공공의 역할이며 쏠림 방지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 균형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사람이 가는 곳에 돈이 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인구 감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더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우리는 현재 눈앞에서 이 현상을 똑똑히 보고 있기에 모든 지자체가 한 명이라도 인구를 늘리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자체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출생률의 증가를 수반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인구이동은 줄어든 지역에게는 파멸의 전주곡입니다.
그런데 행정이 확실한 정책적 목표나 뚜렷한 명분도 없이 특정 기구나 조직을 이전하면서 야기되는 인위적 인구이동이 가져오게 되는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인구가 줄어든 지역의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빼앗겼다고 느끼는 지역 주민이 가지는 상실감과 배신감과 패배감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격차가 커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과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저축의 역설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적 차원에서 옳은 것이 공동체 전체의 차원에서도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개별 시군에게 좋은 정책이 전남 전체에도 좋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전략적 기능과 통합적 행정이 중요한 시점에 행정의 분절 및 이원화 등으로 조직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킬 뿐이며 특정 지역을 위한 작위적인 업무 개편과 기형적인 조직은 불필요한 비용만을 가져올 따름입니다.
2005년 동부출장소 개소, 2014년 동부지역본부 승격하며 환경 분야 1국 3과 56명, 2018년 동부지역본부 기능에 산림 업무 이관 확대 정원 127명, 2019년 동부지역본부 조직 개편으로 1과 신설되며 135명, 2020년 동부지역본부 조직 개편으로 1팀 1과 신설, 현재는 1국 6과 24팀 1사업소 정원 146명, 10년에 걸친 조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기획행정위원회에서 동부 신청사 건립 시 이주할 기관은 산림환경국, 전남보건환경연구원 동부지원, 동물위생사업소로 인원 250명이며 아울러 동부지역 도민을 위한 민원소통실과 복합문화공간 등이 들어오며 추가적 실국의 이전은 결코 없다고 하여 건립 승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도대체 왜 추가로 2개의 국을 이전해야 합니까? 지난 1차 추경 심사에서 확인되었던 바 구청사는 이제 활용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합니다. 신청사 이전계획과 함께 수립되었어야 함에도 하지 않았기에 아직까지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구청사 공간에는 무엇이 들어갈까요?
민선 8기 공약에서 동부지역본부는 동부권 지역 주민과의 소통 창구이자 동부권 발전 전진기지로서 실질적 제2청사 기능 수행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과연 더 이상의 추가적 실국 이전은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의원님 여러분!
우리 전남의 진정한 균형발전과 미래를 위한 선택이 의원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와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발언제한 시간 초과로 마이크 중단)
(마이크 중단 이후 계속 발언한 부분)
이 조례안이 부결되어 조직 개편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